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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닝 대회 70km 부문에 출전하기로 했다. 4월 4일부터 4월 6일까지, 전라북도 장수에서 열리는 장수트레일레이스에 나간다. 대회 운영과 코스가 좋기로 명성이 자자한 '장트레(장수트레일레이스)였기 때문에 몇 달 전 대회 접수 공고가 뜨고 참가 신청을 할지 말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 와중에 스카르파 코리아 담당자 정예지 선임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훈련 삼아 나가보세요! 평상시 훈련할 시간이 없다면 대회에 나가 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결국 이 말에 넘어가고 말았다. 나는 덜컥 대회에 참가 신청을 했다.
그림=윤성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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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가 세운 목표 중 하나는 트레일러닝 대회 100km 부문에 출전하는 것이다. 대회에 나가 선수로서 어떤 성과(순위에 들기, 기록 줄이기)를 내기보다 '산에서 거리 100km를 달리면 몸과 마음이 어떻게 될까?' 단지 이것이 궁금했다. 산에서 한계에 다다르면 어떻게 될까? 정신이 이상해질까? 그래서 신혼부부전세자금대출 신용등급 귀신을 보게 될까? 내 다리는 몇 km까지 버틸 수 있을까? 대회를 마치면 산이 좋아질까? 싫어질까? 뛰다가 정신이 나가서 헛것을 본다면 그것을 그대로 글로 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궁금한 헛것의 세계!).
어떤 트레일러너의 말도 떠올랐다. 그는 50km 이상의 장거리 트레일러닝 대회에 참가하는 이유에 관해 인터뷰 때 이렇게 말했다. " 신용불량자 자동차할부 산에 더 오래 머물고 싶었어요." 거참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누구의 방해 없이 산에 오래 있을 수 있는 아이디어다. 산에서 뛰는 동안 그 누구도 나에게 그만 내려오라고 보채지 않을 테니 말이다(특히 아내). 내가 산에서 뛰고 있을 때 나에게 전화나 문자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아마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 이 친구 지금 산에서 뛰고 있지? 방해하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방법 지 말아야겠다.' 혹은 '아, 이 사람 100km 대회 나갔지? 오래 걸리겠네. 내일 연락하자.' 그래, 다 떨쳐버리고 질리도록 산에 머물러보자!라고 결심하니 묘하게 설레기 시작했다.
그림=윤성중 기자
대회까지 한 대출전세담보 달 남짓 남은 상황이었다. 100위 안으로 골인한다거나 15시간 내로 경기를 마무리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는 세우지 않았다. 달리다가 다리에 쥐 나지 않기, 도중에 포기한다거나 컷오프 타임에 걸려들지 않기 같은 소박한 목표를 생각하니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새싹 같은 자신감이 딱딱한 마음을 비집고 돋았다.
장수트레일레이스 70km 부문 코스 지도. 사진=장수트레일레이스
장수트레일레이스 70km 부문 정보. 사진=장수트레일레이스
장수트레일레이스 홈페이지(rocknrun.kr)에 들어가 70km 부문 코스를 살펴봤다. 거리는 총 68.5km, 총획득고도 4,565m, 컷오프 시간은 19시간이다. 천상데미봉(1,020m), 팔공산(1,151m), 신무산(896m), 사두봉(1,014m), 장안산(1,237m) 등 해발 고도 1000m 이상 되는 산을 여럿 넘어야 한다. 이거 할 수 있을까? 다시 불안한 마음이 들었을 때 아까 그 '새싹'이 속삭였다. 'DNF(Did Not Finish, 어떤 사정에 의해 중도에 경기를 중단하는 것)해도 되잖아! 포기했을 때의 마음을 기록하는 것도 좋아.' 나는 새싹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좋아, 가자.'
훈련을 해야 했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어떤 시간이 적합한지 따졌다. 오전과 오후에는 회사에 있어야 한다. 출장도 가야 한다. 저녁에는 아내와 저녁을 먹어야 한다. 저녁을 먹고 바로 뛰면 배가 아프다. 쉬다가 밤에 뛰어야 하는데, 밤에는 무서우니 산에 가면 안 된다. 그렇게 따지니 남는 시간은 새벽뿐이었다. 며칠 동안 새벽 5시에 일어나려고 알람을 맞춰놓고 잠들었다. 그런데 잠에서 깨면 매번 아침 7시였다. 허 참, 이거 신기하네! 나는 이것을 '운명(오늘은 뛰지 말라는 신호)'이라고 받아들인 다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이런 식으로 한 달이 지나갔다. 마음이 조급해진 끝에 어느 주말 겨우 집 뒷산에서 2시간여 동안 달리기를 하고 왔다. 아내가 말했다. "웬일로 운동을 하고 왔어?" 나는 대답했다. "대회에 나가야 해, 70km 코스에 참가할 거야. 대회 날 와서 응원할 거야?" 아내가 대답했다. "아니."
국내 장거리 트레일러닝 전문가 염주호. 사진=스카르파코리아
트레일러닝과 관련해 아내에게 도움을 받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다. 여러 차례 장거리 트레일러닝을 해 온 염주호 선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에게 이번에 달린 기록을 보여주려고 준비한 상태에서 물었다. "저, 이 상태로 70km 대회에 나갈 수 있을까요?" 그에게서 곧 답이 왔고 나는 이어서 여러 가지를 질문했다.
Q. 산에서 뛴 기록이 몇 개 없습니다. 이걸로 남은 기간 어떤 걸 보강해야 할지 알려줄 수 있을까요?
A. 뭐라고요? 지금 대회가 한 달도 안 남았는데, 산에서 뛴 기록이 얼마 없다고요? 아, 이거 큰일인데요. 기록은 안 보여줘도 됩니다. 대신 내일부터 매일 10km씩 달리세요! 평지든 산이든 상관없이 꼭 10km를 달리세요. 시간은 1시간 정도요. 속도는 상관없습니다. 도중에 멈춰서 걷더라도 10km를 채우세요. 내일부터 매일 달려야 해요. 꼭이요! 이거 굉장히 힘든 일이거든요. 이 정도는 해야 70km를 완주할 수 있을 거예요. (대충 한 달 동안 달리기 거리 300km를 채우라는 뜻)
Q. 주호씨는 하루 중 언제 훈련하죠?
주로 새벽에 해요. 저는 거의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요. 2시간 훈련하고 출근합니다. 알람을 맞춰놓고 10시나 11시쯤 잠자리에 들어요. 이 생활을 7년째 해오고 있어요. 당연히 새벽 훈련이 힘들 때가 있어요. 그때마다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해요. '지금 뛸 수 있는데 안 뛰는 게 맞을까?'라고요. 그러면 답은 늘 이렇죠. '뛸 수 있는데 뛰어야지!' 그리고선 밖으로 나갑니다. 새벽에 운동하러 나가려면 전날 밤에 모든 준비를 다 해 놓아야 해요. 운동복을 미리 세팅해 놓는 건 기본이고요. 밤에 너무 많이 먹는 것도 안 됩니다. 그래도 너무 피곤해서 새벽 훈련을 빼먹은 적이 몇 번 있는데, 그럴 경우는 꼭 저녁에 1시간이라도 운동합니다.
스카르파 스핀플래닛. 사진=스카르파코리아
스카르파 스핀울트라2. 사진=스카르파코리아
Q 어떤 트레일러닝화를 신는 게 좋을까요?
스카르파의 스핀플래닛이나 스핀울트라2를 추천해요. 플래닛은 편안해요. 저는 이 신발을 8켤레나 신었어요. 이걸로 100마일을 완주했고요, 장수트레일레이스에서 순위권에도 올랐습니다. 울트라2는 적당히 편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러니까 속도를 좀 더 낼 수 있게 하는 신발이에요. 반발력이 좋죠. 둘 중 하나를 신고 대회에 나가면 좋을 거예요.
훈련기는 다음화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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