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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리 기자]
▲ ?피해사 국선변호사의 처우 문제는 결코 별내선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 freepik
오늘도 피해자 국선변호사로서 배당받은 사건을 수행하느라 정신이 없다. 피해자 상담 후 경찰에 제출할 의견서를 작성하기 위해 피해자가 정리한 신용평가회사 사건 경위에 대한 내용들, 피해자가 진술한 진술 조서를 꼼꼼히 살펴 증거가 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여 피해자에게 이것저것 챙겨오라고 이야기한다. 이 사건과 유사한 판례가 있는지도 살펴본다.
피해자는 정신적 피해가 심각하여 매사 불안하여 내게 묻는 것이 많다. 조금 피곤하지만, 그래도 성폭력 피해를 입은 피해자 햇살론신청은행 의 불안감을 십분 이해하므로 최대한 성실히 답변해 주고 지지가 되는 이야기도 많이 해준다.
갑자기 어느 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기관에 접수된 피해 건이 있는데, 상담 후 사건 수행을 해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미 고소는 이루어져 수사기관에 사건이 접수된 상태라고 한다. 그러면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선정되어 있지 않느 대납대출 냐고 물었는데,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있긴 한데 연락도 잘 안되고 조력을 잘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자주 듣는 이야기라서 놀랍지는 않다.
점심에는 동료 변호사들을 만나 피해자 국선변호사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 몇 건 수행하고 '현타'가 와서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안 한다는 변호사, 꽤 오래 활동을 했는데 이제 더 내집마련 생애첫대출 이자 는 못 하겠다고 했다.
한쪽에는 열심히 일하는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는 피해자 국선변호사로부터 온전히 조력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활동하던 동료들은 떠나고 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중요성
2013년 도입된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는 성폭력·아동학대·장애인학대·인신매매·스토킹범죄 피해자 및 성매매 피해아동·청소년을 위하여 국가가 변호사를 선임해주는 제도이다. 피해자국선변호사는 사건 발생 직후 수사단계뿐 아니라 이후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되는 경우 재판 절차까지 전 과정에서 피해자를 위한 전문적인 법률지원을 한다.
왜 성폭력 피해자에게 국가가 나서서 변호사를 선정해 주는 걸까? 성폭력은 다른 범죄와 다른 몇 가지 특성들이 있다. 일단 피해자에게 정신적으로 크나큰 상흔을 남긴다, 물리적인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고 무엇보다 인격적으로 무너진다. 이로 인해 공황장애, 불안장애, 심한 경우 외상후스트레스장애까지 앓게 되는 등 평소 누리던 일상이 무너지는 등 그 피해의 깊이가 상당하다.
한편으로, 성폭력 범죄는 수사는 물론이고 재판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의 진술이 너무나 중요하다. 은밀히 이루어지는 성폭력 범죄의 특성상 명백한 물증이 없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 대법원은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에도 가해자를 처벌한다. 단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합리성, 객관적으로 드러난 정황과 일치될 것, 무고의 동기가 없을 것 등등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기준이다.
즉, 꼭 진술해야 할 내용, 자세히 진술해야 할 내용,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 등을 잘 구분하여 진술해야 하는데, 변호사 조력이 없다면 무엇이 중요한지 모른 채 진술하여 꼭 진술해야 하는 사항임에도 빠트린다거나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자료들을 제출하지 못하거나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범죄 피해를 진술할 때 어느 부분을 자세히 이야기하고, 어느 부분을 꼭 이야기해야 하는지 등을 조언해 주고, 피해자의 진술을 법률적으로 재구성하여 보충해 줄 수 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불필요한 2차 피해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피해자 진술조사 시 동석하여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을 돕고,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이입하여 피해자에게 2차가해성 발언을 하는 수사관이 있다면, 적절히 이의를 제기하고 심하다면 수사관 교체 신청을 통해 적정한 수사관으로 바꿀 수도 있다.
재판 과정에서도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역할은 중요하다. 일단 가해자가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 피해자는 증인으로서 재판에 출석하여 진술해야 하는데, 이때에도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동석하여 낯선 재판에 나온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을 도울 뿐만 아니라, 가해자 변호인의 부적절한 질문들을 적절히 제지할 수도 있다.
또한, 가해자인 피고인의 출석이 의무인 형사절차의 특성상 피해자는 재판 과정이 궁금해도 가해자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는 두려움 때문에 재판을 보러 가기 어려운데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있다면 피해자를 대신해 재판에 출석하여 진행 경과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피해자의 의견을 진술해 줄 수도 있다.
이렇게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의 비용으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도 피해자 국선변호사로부터 필요한 법률조력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왜 현실은 충분한 조력은커녕 피해자 국선변호사와 연락도 잘되지 않는 것일까?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피해자 국선변호사 활동
▲ ?피해자 국선변호사 인원 현황
ⓒ 김소리
내 주변에는 국선변호사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훌륭한 변호사님들이 많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그렇지 않은 변호사들도 많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 기관 관계자들과 이야기해보면, 오히려 제대로 일하는 국선변호사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얼핏 보기에는, 아무리 그래도 국선변호사로 선정됐으면 피해자를 위해 열심히 일해야지 이래도 되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피해자 국선변호사 처우를 들여다보면 차마 이들을 비난하기 어렵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대검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2025년 1월 기준 전국의 피해자국선변호사는 총 617명이며, 그 중 피해자 국선변호를 전담으로 하는 전담 변호사가 43명, 비전담 변호사가 574명으로, 비전담이 93%를 차지한다.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선정되는 사건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데, 2024년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선정된 사건 수는 3만 7605개다. 2024년 기준으로 평균 변호사 1인당 1년에 약 51개의 사건을 수행한 셈이다. 다른 개인적인 업무들도 수행하는 비전담 국선변호사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한 명의 변호사에게 연간 51개라는 사건 수는 상당히 많은 사건 수다.
지역별로 평균 사건 수의 편차도 상당하다. 수원, 성남, 여주 등 변호사 1인당 평균 사건 수가 100개가 넘는 지역이 13곳에 이르고, 안산의 경우 1인당 평균 사건 수가 무려 약 211개로 계산된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모든 사건을 열과 성을 다해 수행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이들에게 주어지는 보수와 그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을 보면, 과연 이 활동을 하라는 것인지 하지 말라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피해자 전담 국선변호사 보수는 세 전 월 600만 원으로 2013년 이후 10년이 넘도록 동결된 상태라고 한다. 그런데 피해자 국선변호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전담 국선변호사들의 처우는 더욱 심각하다.
피해자를 30분 정도 상담하고, 피해자와 함께 경찰서에 가서 3시간 정도 동석하여 조사를 받았으며, 이후 3시간 정도 시간을 써 의견서를 작성했다. 이 정도 업무를 수행하면 변호사의 손에 40만 원이 주어진다.
한편,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변호사 사무실까지 오는 것이 여러 사정상 어려움이 있어 전화나 문자로 상담하기를 선호하고, 변호사들도 그게 더 편할 때가 있어 많은 사건들이 실제로는 대면상담보다는 전화, 문자 상담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법무부는 이 전화, 문자 상담에 대해서는 30분까지만 보수를 인정해 주고, 그 이상은 상담을 더 해도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보수를 지급하는 절차이다. 법원이 관리하는 일반 국선변호사의 경우, 간단히 청구서를 제출하면 정액화된 보수를 지급하고, 그밖에 기록 복사비 등 여비를 증빙하면 그 비용을 추가로 보전해 주는 식인 것과 다르게, 피해자 국선변호사들은 자신의 업무 내역을 모두 다 정리하여 보수를 청구해야 한다.
피해자와 통화한 내역, 문자 상담 내역, 이메일 소통 내역을 일일이 캡처하여 첨부해야 한다. 사건이 길어지면 통화 내역은 사라지기 일쑤다. 사무실 전화로 통화한 경우는 청구할 수조차 없다. 이 보수청구서를 작성하는 데에만 너무나 많은 노동이 투여되고 있다. 나만 해도 바빠서 보수를 청구하지 못한 사건이 수두룩하다. 보수 청구할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이런 시스템 하에서 한 명에게 50개가 넘는 사건을 선정하고 있는 것인데, 과연 변호사 입장에서 해당 사건을 열심히 할 유인이 있을까? 결국 사명감에 기대서 열심히 일해주기를 호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나의 경우 성폭력 사건에 대해 피해자의 입장에 공감하고, 단순히 한명의 피해자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의 구조적 폭력의 하나로서 이를 해결해 나간다는 마음으로 되도록 성실히 수행하려 애쓰는 편이다. 그리고 나뿐 아니라 주변에 열심히 활동하는 변호사들이 참 많다. 하지만 나 역시도 모든 사건에 똑같이 열과 성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고, 서두에서 언급했듯 불충분한 조력을 하는 변호사들이 상당히 많은데, 나는 그 변호사들에 대해서 욕하지 못하겠다.
낮아지는 처우에 떨어지는 지원율, 변호사 '잡도리'만 하는 법무부
▲ ?법무부 청사
ⓒ 이정민
언론보도에 의하면, 2016년 15.2:1이었던 피해자 국선 변호사 지원율은 지난해 평균 3.9:1로 9년새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해마다 하락세다. 특히 비수도권의 경우 지원자가 없는 경우도 많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한 부적합한 사람이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위촉되어 실제 피해자에게 2차 가해성 발언을 해 문제가 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변호사의 처우 개선을 통해 자질을 갖춘 실력 있는 변호사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피해자 국선변호사 업무를 관리하는 대검찰청은 위와 같은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문제 사례가 보도되자(심지어 해당 언론보도는 피해자 국선변호사 처우가 낮음으로 인해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취지임에도) 각급 검찰청에 처우 개선 논의는커녕 '피해자 국선변호사에게 적극적인 업무수행을 당부'하라며 불성실한 국선변호사는 규칙에 따라 명부에서 삭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하달했다.
박한 보수에 나름의 사명감을 갖고 임하는 변호사들에게 위 공문은 상당히 불쾌했고, 일말의 존중조차 받지 못하는 기분이었다. 지금 일부 일탈적 변호사의 사례를 두고 전체 변호사 잡도리를 할 상황인가? 근본적 문제인 처우 개선을 통해 자질과 실력을 갖춘 변호사들이 유입되도록 하고, 묵묵히 성실히 업무 수행을 하는 변호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업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피해자 국선변호사 처우는 곧 피해자 처우
피해자 국선변호사 처우는 곧 피해자에 대한 처우와 같다.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낮은 처우로 인한 소극적 업무 수행에 따른 피해는 결국 피해자에게 가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법무부가 피해자들을 딱 이정도로만 대하겠다고 선언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일을 수행하는 변호사에게 한 일을 하나하나 증빙자료와 함께 제출하라고 하는 시스템은 성폭력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에서만 발견된다. 피고인에게 선정되는 일반 국선변호사에게도 선정 후 사건이 종결되면 건별 정액으로 보수가 지급되고, 여성가족부가 관리하는 법률구조제도의 경우 정액으로 사건 당 150만 원의 보수가 지급된다. 이 역시 변호사가 수행하야 할 역할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지만 적어도 법무부처럼 전화, 문자, 이메일 등 상담 내역을 일일이 정리할 것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변호사에게 부담이 덜하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보수 시스템도 현재와 같은 자료 증빙하여 업무를 입증하도록 하는 구조를 버려야 하고, 보수 기준도 상향해야 한다. 지금의 제도는 변호사에게 격무에 시달리라고 강요하거나, 일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거나 둘 중에 하나다.
낮은 보수에도 묵묵히 성폭력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조력하는 변호사들이 계속하여 보람을 느끼며 업무를 지속할 수 있도록, 그래서 법률적 조력을 필요로 하는 많은 피해자들이 더욱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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