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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입문자로서 진열대에 수없이 놓인 와인 중 하나를 고르는 일은 참으로 어렵기만 합니다. 와인의 특색을 정확하게 잡아낼 지식과 경험, 미각도 없으니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죠.
그런 와중에 우연히 뉴질랜드 와인을 하나 추천받아 마셔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데일리와인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 와인을 만드는 사람이 월급쟁이였다가 자신만의 와이너리를 일군 ‘샐러리맨 신화’를 썼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입니다.
주인공은 뉴질랜드 남섬의 위쪽에 있는 넬슨에서 여성 와인메이커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트루디 쉴드(Trudy Sheild)’이고 그녀의 이자계산방법 와인은 바로 ‘쉴드(SHEiLD)’ 입니다.
쉴드의 와인. 니혼슈코리아
제임스 서클링도 호평한 리슬링에 눈이 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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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드(SHEiLD)의 와인. 왼쪽부터 소비뇽블랑, 샤도네이, 리슬링, 피노누아, 피노그리. 안병준 기자
쉴드의 소비뇽블랑, 샤르도네, 리슬링, 피노 누아, 피노 그리 5종을 마셔볼 수 있는 자리에서 가장 눈 차량유지비 계정과목 에 띈 것은 바로 리슬링이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와인 평론가 중 한 명인 제임스 서클링이 95점이라는 매우 높은 점수를 줬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93점부터 높은 점수로 평가된다고 하네요.
제임스 서클링은 쉴드의 리슬링에 대해 “이 와인은 정말 사르(리슬링 생산지역) 스타일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상여금쉴드 리슬링 2023은 뉴질랜드 남섬 최대의 하구인 와이메아 인렛(Waimea Inlet) 근처 남서쪽 경사면에 있는 애플 밸리(Apple Valley) 포도원의 포도로 만들어졌습니다. 기온이 가장 낮은 새벽에 포도를 수확했고 운반 중에 포도즙과 껍질이 접촉해 더욱 강한 풍미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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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드 리슬링 2023과 탭샵바 연어스테이크. 안병준 기자
독일 리슬링에서 유래한 효모를 사용해 발효가 진행되었으며, 이 효모는 신선한 과일 향과 전형적인 리슬링 캐릭터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발효는 천천히 진행되었으며, 온도를 조절해 향을 최대한 보존했습니다.
독일 리슬링에 익숙한 분이라면 “리슬링답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을 만큼 특유의 가솔린 향은 은은하게 드러납니다. 와인 초심자라면 리슬링의 매력에 빠지기 위한 입문 와인으로 선택해보면 좋을 듯하네요.
쉴드 리슬링 2023. 니혼슈코리아
쉴드 소비뇽 블랑 2024는 와이메아 평원의 3개 포도원에서 생산된 포도를 사용해 만들어졌습니다. 수확은 72시간 이내에 진행되었으며 서로 다른 포도밭에서 수확된 포도를 혼합해 다양한 향미를 창출하는 방식이 적용되었다고 하네요. 수확은 새벽 전부터 진행되었으며, 낮은 온도에서 빠르게 포도를 수확해 산화를 방지하고 아로마 보존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습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저온 발효를 진행하며 발효 중 잔당이 약간 남아 있는 상태에서 냉각해 발효를 중단시켰습니다. 일부 와인은 효모 찌꺼기 위에서 숙성해 질감을 강화했고, 이후 블렌딩해서 병에 넣었습니다.
마셔보면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에서 느껴지는 상쾌하면서도 가벼운 느낌이 뚜렷합니다. 밝고 투명한 연한 레몬-그린 색을 띠며,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의 강렬한 아로마도 느껴지고요. 요즘에는 산도 높은 와인을 마시면 속이 좋지 않아 식전주로 가볍게 마시는 게 좋더라고요.
쉴드 소비뇽 블랑 2024. 니혼슈코리아
쉴드 샤르도네 2023은 밝은 황금빛을 띠며 미네랄 질감과 오크 숙성향이 잘 느껴지는 와인입니다. 생굴과 먹으니 서로의 맛이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드네요.
샤르도네 발효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저온에서 시작되었으며, 이후 오크 배럴로 옮겨져 추가 숙성되었습니다. 전체 배럴 중 15%는 새 오크를 사용해 복합적인 풍미를 더했으며, 월 1회 효모 찌꺼기와 함께 저어주어 질감을 강화했다고 합니다.
쉴드 샤르도네 2023. 니혼슈 코리아
쉴드 피노그리 2022는 저 같은 와인 입문자에게는 그 매력을 찾기 어려운 아이였습니다. 특히 소비뇽블랑과 샤도네이, 리슬링처럼 개성이 뚜렷한 아이들 다음으로 마시다 보니 더욱 그 특색을 잡아내기 어려웠습니다.
쉴드 피노그리 2022의 테이스팅 노트를 보면 밝은 짚색을 띠고 첫 향은 이국적인 향신료와 신선한 배, 누가(nougat) 향이 풍부하다고 합니다. 입안에서는 둥글고 부드러운 질감이 느껴지며 미네랄리티와 함께 은은한 짠맛이 조화를 이룬다고 하네요.
쉴드 피노그리 2022. 니혼슈코리아
쉴드 피노누아 2021은 이날 준비된 유일한 레드 와인이었습니다. 프렌치 오크(25% 새 오크)에서 15개월 동안 숙성했으며, 숙성 중 두 차례 효모 찌꺼기와 함께 젓는 과정을 통해 부드러운 탄닌과 구조감을 형성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레드와인의 탄닌감을 잘 못받아들이는 저에겐 어려운 아이였습니다. 다행히 항정살 구이랑 먹으니 스파이시함과 입안을 살짝 메마르게 하는 탄닌감을 잡아줘 즐기는 데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테이스팅 노트를 보면, 짙은 루비색을 띠며 블랙 체리와 자두 향이 지배적이고 입안에서는 은은한 스파이스와 잘 익은 과일 향이 조화를 이룬다고 하네요.
쉴드 피노누아 2021. 니혼슈코리아
이날 나오지는 않았지만 쉴드 알바리뇨 2024는 와인을 모른다면 거의 레몬즙을 마신다는 느낌이 들 만큼 상큼함을 넘어 새콤함이 입안을 크게 자극하는 와인입니다.
테이스팅 노트를 보면 밝은 레몬 색상을 띠고 라임과 꿀 향이 조화를 이루면서 가벼운 미네랄리티가 입안을 감싸는 느낌을 준다고 합니다.
신맛에 약하신 분이라면 알바리뇨는 조금 멀리하시는 게 좋을듯하네요.
쉴드와인 6종의 가격은 2만~3만원대로 편의점 가성비 와인보다 다소 비싸긴 하지만 데일리 와인으로는 손색이 없습니다.
쉴드 알바리뇨 2024. 니혼슈코리아
월급쟁이에서 와인메이커로… ‘샐러리맨 신화’
뉴질랜드 남섬의 상단에 위치한 넬슨에서 여성 와인메이커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트루디 쉴드(Trudy Sheild).
트루디 쉴드는 뉴질랜드 북섬의 호크스 베이(Hawke‘s Bay)에서 태어나 양 농장에서 성장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가축을 돌보며 호크스 베이 지역을 말을 타고 다니곤 했는데요. 당시 그녀도 이런 아버지를 따라 호크스 베이내에 있는 김블렛 그래블스(Gimblett Gravels) 지역을 종종 지나다녔습니다.
“당시 김블렛 그래블스를 보며 이 땅은 정말 쓸모없는 땅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나중에 이곳이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로 성장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반드시 그 땅을 샀을 거에요”
김블렛 그래블스는 지진으로 인해 땅이 융기하며 토양이 형성된 곳으로 최근 프리미엄 포도 재배 지역으로 꼽히는 지역입니다. 자갈로 덮인 토양은 배수가 잘되는 것은 물론이고 온기를 유지해 포도나무의 좋은 성장을 끌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 땅을 사지 않은 걸 보니 와인에 대한 그녀의 천재성은 어렸을 적에는 아직 발휘되지 못한 듯합니다.
트루디는 가족들이 ‘너무 자기 주장이 강하다’고 판단해 11세에 기숙학교로 보내졌고 1989년에는 뉴질랜드 링컨 대학교에서 응용과학 학사 과정을 밟으며 의료 미생물학을 전공했습니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하는 연구에 점점 흥미를 잃었고, 특히 수질 관리 관련 직업을 구하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하면서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와인입니다.
그녀는 2001년 다시 링컨 대학교로 돌아가 포도재배학 및 와인양조학을 전공하며 본격적으로 와인 업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이듬해인 2002년에는 뉴질랜드의 와이헤케 섬에 위치한 Man O‘ War Vineyard에서 6개월 동안 와인 생산을 경험하며 실무 감각을 익혔습니다.
“이 시기 동안 굴 양식장에서 일하는 친구 덕분에 엄청난 양의 굴을 먹었어요”
쉴드 빈야드 모습. 니혼슈코리아
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호주, 프랑스, 이탈리아 등 해외에서 여러 빈티지를 경험했습니다. 호주 모닝턴 페닌슐라에서는 피노 누아 양조에 집중했고 프랑스 알자스에서는 리슬링과 같은 향이 풍부한 화이트 와인에 대한 이해를 높였습니다. 이탈리아 트라민 지역에서 게뷔르츠트라미너 와인 양조에 대한 기술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뉴질랜드에 다시 돌아온 그녀는 2003년 넬슨 지역의 와이메아 에스테이트에서 와인 생산팀에 합류했습니다. 그리고 2010년 수석 와인메이커가 되어 7년 동안 와이메아의 와인 생산을 총괄했습니다.
트루디는 와이메아를 떠난 후, 블레어 깁스와 함께 독립적인 와이너리를 설립하고자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친화적인 와인 생산과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철학을 기반으로 쉴드 와인을 출시했습니다. 그녀는 태즈먼 만의 해양성 기후와 자갈·점토·석회암 등 다양한 토양으로 대표되는 넬슨 지역의 테루아를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자연의 개성을 살린 와인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와인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낸 예술 작품이며, 앞으로도 넬슨 지역 와인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데 이바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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